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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매일경제] "우크라 전쟁·인플레 앞이 안보이는 상황…기업인 묶어두면 안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05.02
첨부파일0
조회수
505
내용

"우크라 전쟁·인플레 앞이 안보이는 상황…기업인 묶어두면 안돼"

세계 경제전쟁 일선에서 싸우는건
정부 아닌 민간기업

디지털·인구·환경 대전환 시대
규제 풀고 자유 줘야

기업은 과감한 투자·인수합병으로
경제 돌파구 찾아야

  • 박윤구 기자
  • 입력 : 2022.04.29 17:50:03  수정 : 2022.04.29 19:33:50
◆ 경영학회장 긴급 회동 ◆

지난 28일 한국경영학회 전·현직 회장 4인이 매일경제신문 회의실에서 `새 정부에 바란다`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두희 고려대 교수, 유창조 동국대 교수, 한상만 성균관대 교수(현 한국경영학회장), 박영렬 연세대 교수.
사진설명지난 28일 한국경영학회 전·현직 회장 4인이 매일경제신문 회의실에서 `새 정부에 바란다`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두희 고려대 교수, 유창조 동국대 교수, 한상만 성균관대 교수(현 한국경영학회장), 박영렬 연세대 교수.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전 세계적 공급망 불안, 인플레이션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외국 기업들을 상대로 무한경쟁을 펼쳐야 하는 대기업 가운데 장기간 사법적 리스크에 노출된 곳도 있다. 특히 삼성은 리더십 부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이재용 부회장 사면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쏟아졌다. 국내 경영학자들의 모임인 한국경영학회 전·현직 회장단이 지난 28일 정부를 향해 긴급 제안을 내놓았다. 현직 학회장인 한상만 성균관대 교수를 비롯해 박영렬 연세대 교수, 유창조 동국대 교수, 이두희 고려대 교수 등 전·현직 학회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최근 경제가 급속히 외교나 정치와 결합된 경제안보시대에 돌입했다. 기업을 둘러싼 외부 환경 변화를 어떻게 보는가.

▷박영렬=지금은 복합 대전환의 시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운 적이 많았지만 지금처럼 모든 게 한꺼번에 몰려오는 시기는 없었다. 코로나19를 시작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등 모든 것이 달라지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져 미래를 내다보기가 더 힘들어졌다. 1990년대 세계화로 각국이 모두 연결됐다가 다시 단절되면서 수출 중심의 우리 기업들이 다른 나라 기업들보다 더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창조=앞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안정화되고 성장하는 데 있어서 기업이 중심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다. 민간 주도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 성장을 유도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그렇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국가 경제가 새로운 도약이냐 아니면 도태냐 기로에 서 있는데 국민과 정부, 기업이 어떻게 협력체계를 이끌어나갈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이두희=과거에도 세계 각국이 무역으로 연계됐지만 오늘날은 어느 한 나라가 독점하거나 끌어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상호 간에 협력 구조로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수출 중심의 한국은 이제 경제적 또는 비경제적, 문화적 또는 군사적 변화를 간파하거나 분석해서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한상만=기업들 시계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인데 디지털 대전환, 인구구조 대전환, 환경 대전환 등까지 겹쳤다. 특히 우리나라는 저성장, 고물가 현상까지 한꺼번에 나타나고 있다. 기업하기 정말 어려운 시기다.

―주요 대기업은 총수 중심으로 움직이는데 총수가 재판 중이거나 사법처리를 받으면 경영에 큰 차질이 빚어진다. 일례로 이재용 부회장은 일주일에 이틀씩 꼬박꼬박 재판을 받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과는 다른 모습이다.

▷박영렬=미국은 '목적 지향적'으로 국민이 잘 살고 행복하기 위해서 고용을 창출하는 외국 기업들을 백악관에 초청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치권이 '목표지향적'으로 정권을 잡기 위해 표를 주는 사람들을 청와대로 부른다. 새 정부는 기업들이 국제 경쟁력을 키우고 정도경영을 펼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해줘야 한다. 지금처럼 정치인이 경제나 경영에 정치적으로 접근하면 (기업 총수 구속 등)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정권) 출발과 화합 측면에서 어려운 시기에 함께 뛸 기회를 주는 게 맞는다.

▷유창조=최근 세계 경영에서 ESG(환경·책임·투명경영)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주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사람들이 현재 법적인 책임으로 묶여 있다면 국제 경영활동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모든 기업이 창의성과 혁신성을 발휘해서 새로운 모델을 찾아가야 할 시점이다.

▷이두희=지금과 같은 중차대한 시점에서 대기업의 최고경영자, 오너의 리더십은 매우 중요하다. 기업을 정부 판단에 따라 명령하고 움직이는 하부 조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세계 경쟁 일선에서의 모든 어려움을 뚫고 미래를 개척하는 당사자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다. 수년 전 미국과 멕시코에 모 자동차 회사 현지 공장 준공식을 위해 방문했을 때, 현지 정부 관계자들은 주민 복지 향상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법을 바꿔가면서 환영해줬다. 우리 정부 역시 기업을 파트너로 삼아 미래 지향적인 대전환을 해야 한다.

▷한상만=과거에는 최고경영자들이 직원들에게 위기의식을 불어넣으려고 했는데, 이제는 직원들 스스로가 위기라고 말한다. 최근 4대 주요 학회 설문조사에서 96.3%의 응답자가 '좋은 일자리의 지속가능한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꼽았다. 전 세계적으로 경쟁이 심해지고 있기에 일자리 확대, 경제활성화, 투자 확대 등을 위해 기업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기업인들은 정부나 정치권이 기업 발목을 잡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런데 세계시장에 나가서 경쟁할 10대 그룹 등 대기업은 정부가 경영에 간섭하지 말고 중견·중소기업은 대기업으로 이끌어줘야 하지 않을까.

▷박영렬=기업을 규제하는 대신 자유를 주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면 된다. 대통령부터 절대 권력 대신 권한을 위임하고 기업도 다양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내부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유창조=최근 ESG경영, 지속가능경영이 대두되면서 기업 생태계가 주주 중심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진화하고 있다. 새로운 도약이냐, 도태냐의 기로에서 혁신적인 기업정책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 규제를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하고, 기업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엄벌하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에서 기업규제와 관련된 문제를 혁신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두희=세상에 없는 기술을 만드는 기업들 도전에 대해서 박수를 치고 지원하고 존중해주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미 정부는 필요에 따라서 규제를 풀어주고 기업을 지원해주는 상생적 관계를 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고, 다음 정부는 그 이상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배터리, 원자력, 로봇, 드론 등 미래 혁신 사업에 뛰어들어 많은 진전을 이루고 있다.

대학에서 기업가정신 교육해야 제2의 이병철·정주영 나온다

우리 교육 수십년전 그대로
신사업 발굴 더 어렵게해

―과거 한국 경제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등과 같은 1세대 사업가들이 중화학공업으로 일으켜 세웠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스티브 잡스 같은 기업가를 배출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박영렬=1960년대 창업가들은 거리를 지나는 국민이 헐벗고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해야만 했기에 사업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처럼 새로운 걸 해봐야겠다고 (젊은이들이) 불타오르지 않고 있다. 우리가 교육을 그런 식으로 한 것도 아니라서 굉장히 어려운 시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제2의 이병철, 정주영, 김우중 회장 같은 사람이 나올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때가 많다.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깊이 있는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유창조=기업가정신 요체는 도전정신, 그리고 새로운 가치 창출이다. 기업가정신 육성의 핵심은 교육 시스템과 패러다임 변화에 있다. 시대가 급격하게 변했지만 대학 교육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경영학을 가르치는 한 사람으로서 책임에 통감한다. 학생들의 경쟁력 향상과 성장을 위해 함께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두희=한국은 전 세계 최고의 디지털 사회다. 방탄소년단(BTS)으로 인해 우리나라 문화가 전 세계를 바꾸고 있는데 유럽에서는 르네상스 이후로 미의 기준까지 바뀌고 있다. 세계 각국이 디지털로 연결되면서 한 기업 노력만으로 이렇게 됐다. 이러한 가능성에 주목해서 힘든 일에 도전하는 것을 장려하는 문화가 확산된다면, 기업가정신이 더욱 촉진될 것이다.

▷한상만=기업가정신이 너무나도 절실한 시대가 왔다. 그러나 (기업 간) 격차가 많이 벌어져서 새로운 혁신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과거처럼 불굴의 정신만으로는 새로운 기업가정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대기업들이 많은 유·무형 자원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데 솔선수범했으면 좋겠다.

[박윤구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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